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학교에서 일어난 제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https://m.news.eduhope.net/28875
생각보다 기사 한 줄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망설였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이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인권과 존엄성, 정의와 평등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교사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1. 유산한 교사에게 돌아온 말
2026년 4월 1일, 저는 유산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당시 교장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교 행사를 잡아놓고 수술 날짜를 잡았냐?"
"사유가 없어졌잖아요. 아~ 사유가 생겼구나~ 유산~"
저는 수술 이틀 후 학교 행사에도 참석했습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추스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교사이기 이전에 아이를 잃은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제 몸과 마음의 아픔보다 학교의 업무와 행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2. 교육청은 '갑질 아님',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행위'
저는 서울시교육청에 갑질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의 판단은 **'갑질 아님'**이었습니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장의 행위를 유산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인정하고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 이후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이어왔고, 공무상요양 승인도 받았습니다.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판단과 교육청의 갑질 판단은 법적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국가기관에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한 사안이, 교육청에서는 왜 갑질로 인정되지 않았을까요?
유산한 교사에게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갑질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갑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3. 피해 사실을 알린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고통
더 힘들었던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저는 제게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증거를 제출하고, 여러 기관의 조사에 응해야 했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자신의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했습니다.
신고를 하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신고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외부에 알리는 것도, 언론에 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제게 또 다른 불이익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제 이야기가 왜곡되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해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 휴직해야 했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일은 잘못되었다고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4. 교사도 보호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권을 가르칩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부당한 차별에 맞서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정작 교사가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그 교사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는 것일까요?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관리자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말을 듣는 교사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교사도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더 큰 고통을 감당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5.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제가 겪은 일이 다른 교사에게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한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현실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가르치는 교사의 인권은 도대체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저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억울함으로만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것은 학교라는 조직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가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침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사 한 줄을 내보내는 일조차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한 분이라도 더 이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