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배려’라는 이름 아래 특정 집단을 위한 각종 의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다수 국민이 겪는 불편과 비효율은 너무도 쉽게 외면된다는 점이다.


현재 상당수 공공시설과 공동주택은 일정 비율 이상의 경차전용주차구역을 확보하도록 사실상 강제받고 있다. 그 결과 기존에 아무 문제 없이 사용되던 일반 주차장을 다시 도색하고 구조를 변경하는 공사가 반복되고 있으며, 신축 건물 역시 일반 차량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굳이 ‘경차만 주차 가능’한 공간으로 별도 구획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과 제도의 괴리다. 실제 현장에서는 경차전용구역이 장시간 비어 있는 반면 일반 주차구역은 부족해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만든 공간이 오히려 비효율적인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제도 자체의 형평성 논란도 존재한다. 일반 차량은 경차구역의 협소한 규격 탓에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경차는 일반 주차구역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특정 차량에만 선택적 혜택과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면서, 그에 따른 불편은 일반 차량 이용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배려’를 넘어 역차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경차 이용자에 대한 혜택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세제 감면이나 통행료 할인처럼 개인의 선택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부족한 공공의 주차 공간을 법률로 강제 배분하여 다수 이용자의 편익을 제한하는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법과 제도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경차전용주차구역 제도는 실제 이용률과 현장 수요보다 ‘정책 목표 달성’ 자체에만 매몰된 측면이 크다. 주차장은 행정기관의 보여주기식 실적 수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할 생활 기반시설이다.


진정한 정책이라면 특정 집단만을 위한 일방적 특혜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편익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획일적인 경차전용주차구역 의무 비율 강제를 재검토하고, 실제 이용 실태와 지역 여건을 반영한 탄력적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어 있는 경차구역 옆에서 일반 차량들이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공간 정책은 이념이나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현실성과 공정성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획일적 의무화 정책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