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가 내줄 돈보다 자산이 적어국내 상조업체의 절반가량은 총자산이 고객에게 내줘야 하는 상조금(선수금)보다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암호화폐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보거나 대주주의 사금고처럼 운영하는 등 부실한 자산 운용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상조업체 75곳의 2025년 감사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2곳(42.7%)의 자산총계가 선수금에 미치지 못했다. 고객이 낸 돈이 회사 전체 자산보다 많아 당장 모든 고객이 해약을 요구하면 돌려줄 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자산총계가 쪼그라든 것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업계 7위 상조업체 부모사랑은 암호화폐 이더리움 테마주에 595억원을 투자했다가 장부가 기준 493억원의 손실을 봤다.

상조업은 고객으로부터 장기간 자금을 조달해 운용한다는 점에서 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상조회사는 재무 건전성 규제와 선수금 운용 관리 등을 거의 받지 않는다. 법적으로 ‘선불식 할부금융사업자’로 분류돼 금융당국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조 시장이 10조원 규모로 커진 만큼 적절한 금융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7위 상조업체 ‘부모사랑’은 지난해 암호화폐 이더리움 테마주인 비트마인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595억원을 투자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해 지난해 말 기준 이 상품의 장부가는 10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믿음의가족’은 지난해 순손실 5억원을 냈다. 18년간 누적 결손금은 23억원을 넘는다. 지난 2년 동안 고객이 납입한 선수금(상조금)은 239만원인데 계약 해지로 빠져나간 돈만 9300만원에 달한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조업체의 선수금 운용 관리와 재무 건전성 규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금융당국의 지급여력비율 관리를 받는 보험사와 달리 재무 건전성 기준이 없고, 대주주에게 증자를 강제할 근거 규정도 없다. 공정위가 상조업체의 지급여력비율과 부채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게 전부다.


보험사가 믿음의가족처럼 재무구조가 망가졌다면 금융위원회는 회사에 추가 자본 확충 등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해 대주주를 변경할 수 있다.

은행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지만, 상조업체엔 이런 규정도 없다. 고객 돈인 선수금을 굴릴 때도 ‘50%를 보전해야 한다’는 조건뿐이다. 상조 공제조합에 가입해 수수료를 내고, 지급보증을 받으면 선수금의 50%가 넘는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고객 돈을 운용하면서도 건전성 규제나 자금 운용 관리를 받지 않는 건 상조업체가 법적으로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할부거래법을 전면 개정해 상조업체를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로 규정했다. 그 결과 관리 감독도 금융당국이 아니라 공정위가 맡았다.

대주주 신용공여 관련 규제가 없어 상조업체가 종종 대주주의 사금고처럼 운영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중소업체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선두권 대형사도 대주주·특수관계자에게 고객 돈을 대여해주는 게 일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선수금 기준 3위(1조4531억원) 상조업체 소노스테이션은 2024년 계열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할 때 500억원을 빌려줘 논란이 됐다.

중소 상조회사 중에선 고객 돈인 선수금보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에게 빌려준 대여금이 더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 선수금이 5억7000만원인 한양상조는 대표에게 22억원을, 선수금이 4억5000만원인 제주일출상조는 대주주에게 16억원을 빌려줬다.

상조업계에선 단순히 부채비율이 높거나 자본잠식에 빠졌다고 상조업체를 부실 회사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항변한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선수금이 매출로 반영되려면 행사(장례 서비스)가 실제로 일어나야 하는데 이때까진 손실이 쌓여 자기자본을 깎아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상조업체 더케이예다함처럼 채권과 부동산, 인프라, 기업금융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성과를 내는 업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소업체 사이에선 불안한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선수금(706억원)보다 자산총계(407억원)가 작아 사실상 고객 돈을 까먹으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상조업체 대노복지사업단은 고객이 계약 해지를 청구했지만 납부한 선수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해지청구액 중 미지급액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대노복지사업단은 추가 차입으로 해지 청구 고객에게 선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모사랑 관계자도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따른 단기적 ‘미실현 손실’일 뿐”이라며 “회사의 재무적 완충력 내에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