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에 대한 역사적 정의(定義)부터 분명히 하고 넘어가겠다. 1979년 10월 26일. 경제성장과 장기집권의 명암이 엇갈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치세가 박대통령이 김재규의 흉탄에 서거함으로써 막을 내리고, 이로인해 생긴 권력의 공백기에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은 10.26때 궁정동 현장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있으면서 행동했다는 점을 이유로, 10.26 진상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강제연행하려다가 이에 반발하는 정승화 지지파들과 무력충돌 사태가 벌어지는 12.12라는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80년 서울의 봄. 민간정부의 출범을 바라는 대학생들의 민주화 열망은 뜨거웠으나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득세하기 시작했고, 신군부는 갈수록 격화되는 시위를 제어해야한다는 명목으로 5.17 계엄을 선포하고 김대중,김종필등 유력 대선후보와 정치인들을 내란선동이나 부정축재등의 혐의로 체포하기에 이른다. (1980년 5월 18일 조선일보 기사 참조) 이에 반발하는 광주에서의 시위가 점차 격화되자 이를 유혈진압한 것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상이다. 우리 현대사에 두 번다시 있어서는 안될 ‘피의 비극’이다. 

 

 헌데 이 ‘5.18 광주항쟁’을 헌법 전문(前文)에 추가해야한다는 주장이 우리사회 일각에서 언제부터인가 있어와서 이 부분은 좀 다른 문제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헌법(憲法)이란 그 국가공동체가 원만히 유지되기위해 구성원들이 지켜야할 법과 질서의 기본 골격과 뼈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헌법전문은 그러한 헌법구조를 갖춘 국가공동체의 결성 원인과 가치관 그리고 미래지향점을 간략히 축약해 놓은 것이다. 한마디로 ‘헌법 전문’이란 그 국가 자체의 존재이유와 기본 사상과 가치관을 담아놓은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 뭐 적당히 5.18 한줄 끼워넣어주자는 소리 같은데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 하며 반문할지도 모르곘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 되면 자칫 훗날 엄청난 정치적 혼란의 불씨가 될수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근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평화통일’을 지향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대한민국은 영토조항에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하도록 지정해놓았고(제3조) 국가보안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한반도) 절반을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다. 

 

 한편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며(66조 2항), 여기에 입각한 ‘나는 헌법을 준수하며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는 대통령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하는 ‘취임선서’를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이와같은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평화통일’을 지향(指向)하도록 설계되어있는 헌법구조상 북한체제를 용인하는 ‘햇볕정책’이나 연방제 통일 시도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반하는 정책이며 따라서 그와같은 헌법에 반하는 정책(햇볕정책, 연방제 통일 추진 등)을 추진하려는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할수 있다는 논리가 이미 나와있는 나라다. 바로 노무현 정권 초창기때 일부 보수성향 언론인,논객,운동가등이 법률가들의 자문까지 받아가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부분이 대중적 설득력을 얻기는 쉽지 않았는지 이후 국회에선 먼저 민주당 잔류파(*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깨고 신당을 창당하자 이를 배신이며 ‘민주세력 정통성에 대한 부정’이라며 민주당에 잔류한 세력들)가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탄핵을 추진했고 여기에 한나라당이 측근비리,경제실정등 기타 자잘한 이유들을 백화점 진열대 나열하든 덧붙여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 탄핵시도는 헌재에서 기각되었다. 

 

 문제는 이미 ‘헌법정신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을 탄핵할수 있다’는 논리가  나와있다는데 있다. - 그것도 보수진영으로부터 ? 헌데 만약 ‘5.18’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면 이후 어떤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설마 한 10-20년 이내에는 그런 정파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이지만 30년후든 50년후든 5.18을 부정하는 인물이나 정파가 집권하거나 대통령이 되면 그때는 어찌되는가 ? 

 

 혹자는 ‘그렇다면 더더욱 그런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5.18을 더더욱 헌법정신에 수록하여’ 사전에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못박아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우린 20년동안 이미 ‘대통령 탄핵’이란 엄청난 사태를 세 번이나 겪었다. 그리고 그중 한번은 대통령 탄핵시도가 헌재에서 기각되었고 나머지 두 번(박근혜,윤석열)은 헌재에서 탄핵사유가 인용되어 직무가 정지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대통령 탄핵을 세 번이나 겪고나니 탄핵이 무슨 밥먹듯이 쉽게 해도 되는건줄 다들 알게되었나본데 솔직히 ‘대통령 탄핵’은 웬만해선 일어나지 말았어야할 사태였다. - 가령 10.26 사태나 노무현 대통령 자살 같은 일이 10년마다 한번씩 일어난다면 어떨 것 같은가 ? -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임기중 탄핵은 웬만해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앞으로도 가급적 이런 시도는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근래에 있었던 개헌시도의 개헌안 골자는 5.18과 부마항쟁을 헌법전문에 추가하고 여기에 대통령의 계엄선포 요건은 까다롭게 만들어 대통령이 직권으로 계엄권을 행사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게 핵심이었다. 계엄선포권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5.18과 부마항쟁까지 추가하면 여기에 6월항쟁인들 추가해야 한다는 소리가 안 나올 것 같은가 ? 또 만의하나 나중에 ‘2002년 반미 촛불시위’도 헌법정신에 추가한다는 소리가 나오면 그땐 또 어찌할텐가 ? 

 

 또 시간이 많이 지난뒤에 누군가가 헌법전문을 이런식으로 바꾸자고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 ‘동학농민전쟁에서부터 시작된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정신이 일제강점기 항일투쟁 해방후엔 4.3,여순항쟁등으로 이어져...’ 무슨말인지 이해가는가 ? 민주화 운동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헌법전문에 끼워넣겠다며 이것저것 마구 집어넣었다가 나중에 자칫 우리나라 헌법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도 지향하는듯한 굉장히 이상한 문장이 만들어질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헌법은 결국 그 국가 공동체내 구성원들이 지켜야할 질서를 만들어놓은 기본골격이고 헌법전문은 그 국가공동체의 결성,존속 이유와 지향할 가치를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헌법전문에 4.19니 5.18이니 또는 경우에 따라선 부마항쟁,6월항쟁등 현대사 주요 사건을 백화점 진열대 나열하듯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 또한 경우에 따라선 그와같은 문장이 자칫 이상한 오해와 느낌을 불러일으킬 우려마저 있다. 

 

 정히 민주화 운동의 정통성과 영속성을 전문에 새기고자 한다면 차라리 대안으로 ‘국민저항권’을 넣을 것을 제안한다. ‘국민저항권’이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통치자는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것이니 그 선출된 권력자가 주권자 국민의식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거나 혹은 주권자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정당하지 못한 권력자가 집권했을시(* 굳이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자면 결국 5.16이나 12.12-5.18 같은 과정을 거쳐 집권한 경우) 주권자 국민이 언제든 그 ‘선출되지 못한 권력’‘을 끌어내릴수 있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국민저항권.을 헌법조항에 신설하면 4.19는 물론 5.18 광주항쟁과 ‘직선제 개헌안’을 얻어낸 87년 6월항쟁까지 모두 정당성이 인정되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 하였으니 부당하가 주권자 영토와 국권을 침탈한 일제에 저항한 ‘항일운동’까지가 모두 정당화 되는 국민저항권에 포함될수 있다. 이렇게되면 현대사속 세세한 정치적 사건에 대한 논란이 헌법전문까지 들먹여가며 정치분쟁으로 비화될 우려를 어느정도 막을수는 있다.  

 

 추가 : 다만 ‘국민저항권’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면, 가령 박근혜,윤석열 탄핵이 사기 

       탄핵이고 조작에 의한 부당한 음해라고 주장하거나 근래 치러진 몇몇 선거 

       (대선,총선,지선 포함하여)가 사전투표,전자개표 조작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 

       라서 인정할수 없다고 주장하는 소위 전광훈 목사나 세이브코리아등 일부 

       극우단체들의 집회나 시위도 인정해줘야하는 함정이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