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남대 이근배총장 체제의 민낯…예산은 늘고 책임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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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배 전남대학교 총장이 지난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국회방송 캡처

 

국립대학의 위기는 예산의 부족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공공성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책임의 윤리가 실종될 때 시작된다. 최근 국정감사와 교육부 감사, 그리고 일련의 학내 사태가 드러낸 전남대의 풍경은 거점국립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국정감사는 전남대가 처한 구조적 병폐를 낱낱이 들춰낸 자리였다. 하지만 이근배 총장과 대학본부가 보여준 태도는 위기 수습이라기보다는 면피용 해명에 급급했다. 수천억 원의 국책 예산을 유치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사이,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학생 인권, 회계 투명성, 공정 인사, 그리고 행정의 실행력은 사방에서 균열을 드러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대학원생 사망 사건 이후의 안이한 대응이다. 교원 2명을 해임하고 몇 차례의 인권교육과 심리 상담을 대책으로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학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지도교수의 절대적인 권한은 학생의 생사와 진로를 좌우한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요식 행위가 아니라, 신고 이후 불이익을 원천 차단하는 독립된 조사 체계와 피해자 보호 장치다. 그러나 이 총장 체제는 '징계 처분'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진짜 가해 구조를 도려내는 데 실패했다. 명예는 문제를 덮을 때가 아니라 투명하게 도려낼 때 비로소 회복 되는것이다.

캠퍼스의 고요한 풍경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성의 전당이라기보다 차라리 방관의 요람에 가깝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예컨대 캠퍼스 곳곳을 조용히 잠식해 들어가는 이단 세력의 무차별적인 포교 행각에 대해, 대학은 '종교의 자유'라는 기만적 핑계를 대며 사실상 방치해 온 지 오래다. 청년들이 정신적 미로 속에서 길을 잃거나 말거나, 본부의 시선은 언제나 학생들의 영혼보다는 행정 편의적 평온함을 향해 정조준되어 있는 듯하다. 사태가 터지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유감을 표명하는 그 정교하고도 무책임한 침묵의 기술은 가히 냉혹한 방조의 극치 일것이다.

이와 맞물려 법의 정의와 상식을 가르쳐야 할 법학전문대학원 등 교수 집단이 연루된 사안을 마주하면, 대학본부가 취하는 태도는 명확한 진상 규명 대신 소극적 방관에 가깝다. 학내 성폭력 사안과 관련해 2차 가해 우려가 제기되는 과정에서, 대학이 엄정한 징계와 재발 방지 시스템을 가동하기보다는 사태의 파장을 줄이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교의 명예'라는 방패 뒤에 숨어 피해자 보호와 객관적인 진실 규명에 소홀했다면, 이는 거점국립대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법과 양심을 가르쳐야 할 전남대가 내부 문제 앞에서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대학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대학본부가 보여주는 일련의 대응 양태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놓는 해명은 마치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들리지도 않았으며, 애초에 책임질 일조차 기획한 적이 없다'는 무책임의 극치를 방불케 한다.

학생들의 절박한 비명이 캠퍼스 메아리로 울려 퍼져도 본부의 귀에는 오직 '국책 사업 선정'이라는 화려한 축전 소리만 가득 울려 퍼지는 모양이다. 사고는 학내에서 터지고 수습은 형식적 요식행위로 때우면서, 대외적으로는 미래 인재 양성의 요람이라 외치는 그 절묘한 이중사고의 유희는 가히 대한민국 고등교육계가 마주한 가장 서글픈 자화상이다.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난 비위 역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너무 깊고 넓다. 산학협력단 사업비의 사적 유용과 9천만 원대에 달하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 누락, 감사자료 허위 제출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되었음을 보여준다. 비전임교원 채용 과정에서의 이해충돌 누락, 면접조차 생략한 조교 부실 임용 등은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킬 의지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적 처벌을 완료했다는 서류상의 보고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상황.

예산 집행의 실행력 부재는 전남대의 무능을 고스란히 노출한다. 6개 대학에 2665억 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 사업은 두 차례의 설계 유찰과 부지 변경으로 2029년 말로 준공이 연기됐다. 강원대가 이미 착공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으로, 전남대는 '2027년 3월 착공 예상'이라는 추상적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수천억 원의 대형 국책 사업을 따내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한 기한 내에 결과물을 완성해 학생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집행력이다.

더불어 지역의사 선발 자격의 제도적 허점과 순천대·목포대 간의 소모적 의대 유치 갈등 속에서도 전남대는 지역 거점대로서의 조정자 역할을 방기했다. 정부와 지자체 뒤에 숨어 수수방관하는 사이, 정책의 본질인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강화는 뒷전으로 밀려났음은 물론이다.

이근배 총장과 전남대 집행부에 정중히 묻고 싶다. 첨단 AI와 반도체 허브를 짓겠다는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며 웅장한 미래를 선언하는 그 유창한 솜씨만큼, 캠퍼스 곳곳에 방치된 이단의 그늘과 교수들의 부조리한 일탈을 도려내는 손길도 그토록 섬세하고 신속한가.

끊이지 않는 신천지 문제와 학내 성범죄 관련 사안을 방관해 온 깊은 부조리를 이제라도 명확히 도려내지 않고서, 과연 학생의 안전과 존엄을 담보하겠다는 그 약속을 어느 누가 진지하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거점국립대의 위상은 확보한 예산의 규모나 정부 사업 선정 타이틀로 증명되지 않는다. 공공재정을 집행하는 엄격함,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는 철저함, 그리고 잘못을 시정하는 책임의 무게로 증명된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데이터와 검증 가능한 변화로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전남대가 외치는 혁신은 메마른 땅 위에 세워진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