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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폐족입니다.

 

우리는 폐족(廢族)입니다.실낱같이 작고 좁게만 보였던 200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마침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습니다. 

 

40여석의 숫자로 우리당을 만들어 2004년 헌정 사상 최초의 원내 제1당을 만들었습니다. 정권도 재창출했고 원내 제1당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점에 올랐던 우리의 행복했던 2004년을 기억해 봅시다. 

 

그러나 사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거듭되는 산행처럼 우리의 이 성취는 또 다른 내리막길을 예고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저는 어릴 적 매우 장난꾸러기였습니다. 하루라도 혼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죠. 

 

특히 방학때가 되어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날들이면 언제 무슨 실수를 해서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까 아침에 눈뜨면 불안해지기까지 했었지요. 

 

아침 일찍 혼나는 날이면 이제 하루가 편안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느긋해지기까지 했지요. 하루 웃으면 하루 우는 일이 세상 이치임을 저는 그때 깨달았지요. 볼륨있는 헬스클럽 선수들의 멋있는 몸매도 들어간 곳이 있으니 나온 곳이 있는 것이고 들어가고 나옴이 있어 전체적인 몸의 윤곽이 멋있게 보이듯 말입니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이렇다는 말로 책임져야 할 몫을 회피하거나 묻으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집권 1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지키지 못한 것, 거대 집권 여당 세력을 단결된 세력으로 가꾸고 지키지 못한 것... 이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친노(親盧)!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중에서 자신의 가족을 폐족(廢族)이라 표현하더군요. 예!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입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입니다.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 계절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실패했느냐고 항변하며 싸움을 독려했습니다만,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중략) 

 

우리의 이 노력이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결정한 정책을 바꿀 수 없었다면 우리 모두를 변화시켰어야 했지만 우리는 우리 모두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습니다. 

 

지금은 무엇이 실패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씀입니까 라고 항변하기 전에 동의와 합의를 통해 힘을 모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입니다. 

 

상을 치루는 3일 내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다가 삼우제(三虞祭)를 끝내고 부모님 계셨던 빈방에 들어와 비로소 펑펑 울어버리는 어느 효자의 눈물처럼... 그렇게 모진 마음으로 이 슬픔과 패배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아직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폐족입니다. 2007년 12월 26일